가을이 찾아오면, 내 마음 한편에는 항상 옛사랑의 기억이 함께 떠오른다. 차갑지만 달콤했던 그 시절의 사랑은 꼭 가을과 닮아 있었다.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마다 거리의 나무들은 천천히 물들어가고, 낙엽이 발밑을 부드럽게 채워주던 그 날들이 문득 떠오른다.
대학 시절, 나는 가을이 되면 도서관 대신 공원에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노랗고 빨갛게 물든 나무들 사이로, 햇살이 부드럽게 내리쬐던 그 공간은 마치 다른 세상 같았다. 그곳에서 우연히 그녀를 만났다. 그녀도 책을 들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빛은 책보다 더 깊은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쌀쌀한 바람에 흩날리던 그녀의 머리카락이 순간적으로 내 마음에 스며들었다.
처음으로 그녀에게 말을 걸던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는 가을을 주제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었고,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고, 그렇게 우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그리고 어느새 가을이 깊어지듯, 나도 그녀에게 점점 빠져들었다.
그녀와 함께한 가을은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함께 낙엽 위를 걸으며 긴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녀의 웃음소리가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졌다. 그러나 그때는 알지 못했다. 가을이 지나가면 우리도 함께 사라질 거라는 걸. 마치 낙엽이 바람에 휩쓸려 떨어지듯, 우리의 사랑도 가벼운 계절의 바람처럼 흩어져버렸다.
그해 겨울, 나는 그녀가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더 이상은 함께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 후로 나는 혼자 남아 가을의 끝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가 떠난 후에도 가을만 되면 그녀의 모습이 내 기억 속에서 되살아났다.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빛, 낙엽을 밟는 그 소리, 그리고 그녀의 잔잔한 미소. 이 모든 것들이 나를 다시 그 순간으로 데려다 주었다.
가을의 사랑은 그렇게 짧았지만 강렬했다. 때로는 지나가는 바람처럼 덧없고, 때로는 낙엽처럼 가볍게 사라져버렸지만, 그 기억은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았다. 그리고 지금도 가을이 찾아오면 나는 그녀와 함께했던 그날들을 다시금 떠올린다. 짧았지만 진정으로 사랑했던 그 순간들, 그것은 나에게 가을과 같은 존재로 남아 있다.
가을이 되면, 나무는 다시 물들고 낙엽은 떨어지겠지만, 그 사랑의 흔적은 내 마음 속에서 여전히 남아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추억을 안고, 또다시 가을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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