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어딘가 가슴 한구석이 몽글몽글해집니다. 특히 90년대의 첫사랑이라면 그때만의 감성과 분위기가 생각납니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있던 시절도 아니고, SNS로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던 시대도 아니었죠. 다가가기 전, 전화 한 통도 용기가 필요했고, 손편지를 쓰는 일은 마음을 담는 과정 자체였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첫사랑이라는 그 단어만큼이나 그때의 감정은 순수하고 투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저에게 90년대는 분명 특별한 시절이었어요. 나지막히 흐르던 테이프 속 발라드, 언제 들어도 설렘을 자아내던 핸드폰 벨소리 대신 가슴 두근거리게 만들던 공중전화 부스, 그리고 무심한 듯이 내리는 빗속을 혼자 걸으며 그 사람을 생각하던 시간들. 당시 첫사랑은 언제나 우연처럼 다가왔습니다. 학교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자주 마주치는 그 사람, 아무런 대화 없이도 눈이 마주치면 그 순간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듯한 짧은 찰나.
그 시절엔 편지를 자주 썼어요. 종이와 펜을 준비하고, 마음을 담은 글을 쓰는 일이 어쩌면 더 진지하고 솔직한 마음 표현이었죠. 어딘가 서투르고 투박했지만 그만큼 진심이 담겼던 그 손편지는 시간을 지나며 희미해진 기억 속에서도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매번 쓸 때마다 상대방이 읽을 순간을 상상하며 가슴이 두근거렸던 그때. 그런데 막상 건네는 일은 너무나 어려웠어요. 용기가 부족했던 어린 마음이었을까요? 편지를 건네지 못한 채 책상 서랍 속에 그대로 넣어두었던 경험이 지금도 기억나네요. 하지만 그 서투름이 첫사랑을 더 애틋하게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러고 보면 첫사랑은 참 단순하고 소박한 순간들로 가득했어요. 그 사람과 함께 교실에 앉아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행복했고, 학교 행사나 소풍 때 나란히 앉아 이야기 나누는 그 몇 분이 마치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었죠. 그 사람의 웃음소리 한 번에 마음이 설레고, 가끔 손이 닿으면 그 순간은 시간이 멈춘 것 같았던 기억도 납니다.
하지만 첫사랑은 대부분 그렇게 끝이 나죠. 서로 마음을 전하기도 전에, 혹은 전했지만 엇갈린 채로. 아마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첫사랑은 아름답지만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고들 하잖아요. 그 시절 저도 그랬습니다. 누군가에게 다가갈 용기는 부족했고, 마음은 항상 한 발짝 늦게 표현되었으니까요. 그래도 그때 느꼈던 감정들은 아직도 선명합니다.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아도,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다웠던 감정이었으니까요.
요즘 가끔 90년대의 음악을 들으면 그때의 추억이 스멀스멀 떠오릅니다. 어쩌면 그리운 감정들이 다시금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첫사랑은 언제나 순수했고, 그때의 우리는 조금 더 솔직했던 것 같아요. 복잡하지 않았던 시절, 사소한 것들이 소중했던 그때. 어쩌면 첫사랑은 마음 한구석에 아련하게 남아 있는, 그 시절 나의 순수한 기억 그 자체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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