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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스토리, 차한잔

인스턴트 사랑

by 마이러브다미 2025. 2. 13.

 

연애가 점점 더 인스턴트처럼 변해간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하지만 그게 대체 무슨 뜻인지, 마주친 건 그날 밤이었다.

한적한 카페에서 노트북을 펼쳐 놓고 무심코 이메일을 확인하고 있던 나는, '그런 것 같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그때, 내 친구 지우가 문자로 왔다.

"야, 요즘 사귀는 사람 있어?"

그래서 대답했다.

"없어. 뭐, 사랑할 시간도 없어. 그냥 회사, 공부, 그거만 반복하는 삶이지."

그런 나에게 지우는 이렇게 말했다.

"너 요즘 ㅋㅋㅋ 어쩌면 MZ세대라고 하니까 그런 거겠지? 연애도 뭐, 인스턴트처럼 바뀌었어."

나는 그 말을 듣고 그만 웃고 말았다. '인스턴트 연애'라는 말이 어색하고 비현실적으로 들렸지만, 그 말이 내 마음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그렇게 내가 느낀 것이 있었다. 정말, 연애가 인스턴트처럼 빠르게 시작하고, 쉽게 끝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는 생각.

그래서 나는 그날, '인스턴트 같은 연애'에 대해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


지금 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바로 그런 일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연결되고, 마음을 주고받고, 몇 시간 뒤면 연락이 끊어지거나 아예 뚝 끊기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그게 바로 인스턴트의 속성, 빨리 시작되고 빨리 끝나는 사랑.

그 중에서도 내가 알고 있는 동욱과 민정은 딱 그런 사람들이다. 둘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만났고, 메시지와 이모티콘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 하루 종일 대화하며 가까워졌다. 그들은 비슷한 취향을 가졌고, 대화하는 속도도 빠르고 재밌었다. 그런 연애가 몇 달을 가기 힘들다고 생각한 나에게, 이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야, 나 이제 너랑 한번 보고 싶어!"

한 번은 동욱이 갑자기 그렇게 문자를 보내왔다. 민정은 몇 초도 안 돼서 대답했다.

"오케이, 어디서 만날까?"

이렇게 서로 만나자는 말이 몇 번 주고받아지기 전에, 둘은 약속을 정하고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그들은 카페에서 만나 웃으며 서로를 바라봤다. 딱 그때 그들이 나눈 대화는, ‘인스턴트 연애’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던 셈이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우린 서로 좋아하는데, 우리 연애가 너무 빠른 것 같지 않아?"

그들은 연애라는 과정을 마치 인스턴트라면, 한 그릇으로 간편하게 나눠 먹는 것처럼 여기고 있었다. 그만큼 서로에 대한 감정을 알기 전에 이미 그 관계의 흐름에 뛰어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 저녁, 나는 그들의 대화를 듣고 조금 당황했다. 동욱이 민정에게 묻더라.

"너는 혹시 나랑 사귀기로 한 거야?"

그때 민정이 말한 것은 한 마디였으니,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그렇게 그들은 그 순간을 넘기고, 나중에는 대답도 없이 각자 다른 일정을 하느라 연락이 끊어지기도 했다. 한 주일 후, 민정은 다시 동욱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동욱은 그에 대한 대답을 ‘좋아요’라고 짧게 보냈다. 그들의 관계는 마치 하루 만에 상큼한 음료처럼 만들어졌지만, 이내 빠르게 식어버린 것 같았다.


"그래도 사랑하지?"

한 친구가 내가 본 그들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생각했다.

사랑이라는 게 정말 그렇게 순식간에 오고 가는 것일까?

그들만의 방식으로, 그들만의 속도로 사랑을 하기로 한 사람들이 있겠지만, 나는 그게 그저 인스턴트처럼 빠르게 시작해서 결국 빠르게 끝나버리는 게 아닌가, 의문이 들었다. 물론, 그들의 만남은 단순히 만남 그 자체에 불과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랑'을 그렇게 정의할 수 있을까?

인스턴트 연애가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그만큼 감정도 빨리 지나가는 것이 아닌지 걱정되기도 했다. 빠르게 좋아하고, 빨리 싫어지고, 빠르게 잊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이제 진정한 관계를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모른다.

"어쩌면 사랑도 인스턴트처럼 간편하고, 그만큼 가벼워진 것일지도 몰라.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사랑일까?" 나는 그저 그런 생각을 품은 채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것이 우리가 경험하는 '연애'일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언제나 그 속에서 진지하게, 진심을 담아내려고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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