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필 때 만났던 러시아 연상의 여인

 

벚꽃이 만개하는 계절, 그 아름다움에 잠시 눈을 뗄 수 없었다. 바람에 살랑이는 꽃잎들이 마치 눈송이처럼 흩어지는 순간, 나는 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 때, 내 눈앞에 그녀가 나타났다. 러시아에서 온 여인이었다.

그 여인은 마치 벚꽃처럼,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그녀의 미소는 따사로운 봄 햇살처럼 부드럽고, 그녀의 눈빛은 깊고도 신비로웠다. 나보다 몇 년은 연상인 그녀는 나보다 더 많은 것을 경험했을 것 같았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내가 알지 못했던 세계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다.

 

우리는 서울의 한 공원에서 만났다. 그녀는 처음엔 낯설게 보였지만, 그 웃음 속에서 나는 낯선 이국적인 감정을 느꼈다. 러시아에서 온 그녀는 한국의 봄을 처음 경험한다고 했다. 그래서 벚꽃이 만개한 이때, 나와 함께 공원을 거닐고 싶다는 마음에 다가온 것이다.

 

그녀와 함께 벚꽃길을 걸으며, 나는 우리가 함께 나누는 대화가 마치 한 편의 시처럼 느껴졌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속에서 자라온 우리가, 그저 나누는 이야기만으로도 이렇게 가까워질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그녀는 부드럽게 한국어를 말했지만, 그때마다 그녀의 억양에서 러시아의 향기가 묻어났다. 그녀의 목소리 속에서 나는 차가운 시베리아의 바람을, 따뜻한 흙내음도 함께 느꼈다.

 

그 여인은 자신이 러시아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얘기해주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자신이 정말 모르고 있던 세상, 내 삶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잠시 빠져들었다. 그녀는 내가 꿈꾸던 것처럼 자유롭고, 세상과 깊게 연결된 사람이었다. 그녀의 말투에서, 행동에서, 삶의 방식에서 나는 그저 그녀가 가진 특별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그 길을 끝없이 걸었다. 그녀는 그 길이 끝날 때까지 이야기하며 웃었다. 나는 그 웃음이 벚꽃처럼 환하게 피어나는 순간들만 같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이 떨어지듯, 그녀의 이야기도 가볍고 부드럽게 내 마음을 스쳤다. 모든 게 새로웠고, 벚꽃이 필 때의 그 특별한 시간 속에서 나는 그녀와 함께 있는 이 순간이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또 다른 감정을 느꼈다. 그 여인과의 만남은 그저 짧은 순간의 찰나였기 때문이다. 벚꽃은 계절을 따라 사라지듯, 그녀 역시 한국에서의 여행을 마치고 떠날 준비를 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여인과 함께한 순간들이 내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임을 알았다.

 

벚꽃이 필 때, 나는 그녀를 만났다. 그 순간, 나는 세상에는 나와는 다른 이야기들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우리가 걸어온 길이 다르더라도, 이 세상에는 이런 만남이 주는 특별한 의미가 존재한다는 것을. 그녀와 함께한 그

 

벚꽃길은 그저 아름다움으로만 가득한 시간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 마음속에 가슴 깊이 남은 한 페이지가 되었다.

언젠가 다시 벚꽃이 필 때, 나는 그 여인을 떠올리며 이 길을 걸을 것이다. 그때의 기억이 여전히 내 안에서 꽃처럼 피어날 테니까.